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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연 [ E-mail ]
  꿈보다 좋은 꿈풀이
  

어릴 적부터 늘 그런게 있어요.
어릴 적부터 늘 이어온 게 있어요.
어릴 적 제 눈으로 세상을 보는 거지요.
그냥 있는 그대로 느끼는 거지요.
그러면서 내가 바라보는 대상 속으로 내가 들어가서
그 사람이 나를 보는 눈길로 나를 생각하고
그 사람이 서 있는 자리에서 바라보는 세상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리는 거예요.

어머니에게 꾸중을 들을 때면
내가 어머니 눈 속으로 들어가
그 눈으로 저를 바라보기도 합니다.

학교에서도 우리가 너무 떠들어 선생님이 힘들어하는 걸 느끼면
제가 선생님 눈 속으로 들어가 선생님 눈으로 우리를 돌아봅니다.

저를 좋아하는 사람 눈 속으로도 들어가고
저를 안 좋아하는 사람 눈 속으로도 들어갑니다.

거지 눈 속으로도 들어가고
한뎃잠을 자는 이들 눈 속으로도 들어갑니다.
헌책방 주인 눈으로 들어가고
헌책방 책손 눈으로도 들어갑니다.

버스기사 눈으로도,
얌체족들 눈으로도 들어갑니다.

......

어쩌면 그럴 수도 있어요.
그렇게 세상을 보면서 살다 보니
가끔 그런 말도 듣거든요.
"애, 니가 말하는 걸 보면 안 좋은 것도 다 좋아 보인다"고요.
"별 것도 아닌 것 같았는데, 네 얘기를 들어 보니 세상에 그것보다 좋은 게 없다"는 느낌도 든다고요.

그래서 가끔 그런 생각도 듭니다.
제가 가진 재주란 거의 없지만
몇 안 되는 재주 가운데 하나는
그렇게 세상 온갖 것, 세상 모든 것 가운데
가장 소외되고 가장 외롭고 쓸쓸하며
거의 눈길 한 번 받아보지도 못하는 이들, 대상들을
애틋하고 사랑어린 눈으로 바라보면서 쓰담아 주는 일 말이에요.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과 대상 이야기를 안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사람들이 입에 올리는 사람과 대상은 이야기할 마음이 안 나요.
오히려 입에 올리지 않는 너르고 흔한 것,
너절하거나 헌 것,
모자라거나 못난 것에 더 눈이 간답니다.

하지만 사람을 볼 때는 조금 달라요.
음, 그 가운데에서도 어떤 사람을 볼 땐 좀 다릅니다.
제가 세상 일 속에서 값어치를 대접받지 못하는 대상을 찾고 좋아하듯
저처럼 값어치없는 사람을 좋아할 수 있으며 믿어 줄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하거든요.

......

꿈보다 풀이가 좋다는 말.
어제 영화 <오아시스>를 보고 나서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가 귀에 간지럽게 들리데요.
음, 귀가 간지럽도록 좋게 말입니다.

저보고 싫은 게 뭐가 있냐는 물음에,
에고... 글쎄. 그게 참 힘들데요.
그냥... "싸움은 싫다"고 말했는데,
싸움도 싫지만 그처럼 싫은 게 또 하나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과 혹시나 더 만나지 못하게 되면 그게 참 싫지요.
그래서 사람 사이 관계 맺을 때 좋은 사람과는
오래오래 두고두고 좋은 사이로 지내고프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책 가운데 천 권이나 오천 권이나 만 권이 사라지는 것보다
소중하며 좋은 사람을 더 만나지 못하는 일이 더 싫고 가슴 아파요.

책 가운데에서도 다시 살 수 없는 책도 있다고 하겠지만
책보다는 책을 만들어내는 우리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 딱 한 사람밖에 없거든요.
그러나 책은 딱 하나만은 아니에요.
비록 책이 껍데기는 같아도 그 하나하나도 다 다르다고는 하지만,
그 책을 읽어내고 느낌을 받고 대물림할 책으로서는
`겹침책(복본)'이 있게 마련이거든요.
하지만 사람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소중하고 사랑스럽고 좋아요.

바로 그 소중하며 사랑스러운 사람들.
그런 사람들과 언제까지나 즐겁게 만나고 어울리고
못하는 술이지만 술도 한 잔 하고 어깨동무도 하며
손 잡고 어슬렁어슬렁 숲길 좋은 거리나, 사람 냄새 나는 골목을
걸어다니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일을 더는 할 수 없다면
그게 참 싫답니다.

흠흠흠흠....
2002-11-04 00: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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