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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렬
  건방진 기독교(!)
  

"무릎꿇고 기도하라"

"팡세"로 잘 알려진 파스칼이 이 말을 했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전혀 없었다. 한편, 알튀세가 같은 말을 했다는 데는 다소 의아했다. 순전히 그에 대한 나의 선입견 때문이긴 하지만 말이다.

"무릎꿇고 기도하라"

이 말이 입력되자, 내 기억중추가 읽어낸 것은 고교 시절에 다니던 교회에서의, 지금은 어렴풋한 일이었다. 같은 교회에서 주일학교 초등부 교사로 봉사하시던, 20대 후반 정도의 연배였던 교회 선배와 함께 한가한 주일 오후를 예배당에서 보내고 있었다. 이런 저런 얘기 가운데 내가 다소 억지(?)를 부린 것이 있었는데, 예배 시간에 다리를 꼬고 앉는 선배의 모습이 그것이었다. 예배드리는 태도로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내 주장의 요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기억을 저장한 적이 있었는지조차 나 자신 까마득한 데, 얼마전 불현듯 이 기억을 떠오르게 한 일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 가운데 더러는 내가 아주 한가한 줄로 아는 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사실 전혀 그렇지가 않다. 나로서는 조바심까지는 아니지만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집 근처 대학교에 가서 한 학기 도둑 강의를 듣는 것이 그 이유 가운데 하나다. 도둑 강의를 듣는다고 해봐야 학교 당국의 입장에서나 그렇지(학교 당국으로서도 억울해 하거나 서운해 할 일이 없을 줄로 안다. 모르면 그만이니까), 강의하시는 분은 전혀 그렇게 생각지 않으신다. 지난 번 만났을 때 기꺼이 초청(!)해 주셨으니 말이다.


"무릎꿇고 기도하라"

이 말에 이어서,

'제의(예배) 때에 거만스럽게 의자에 앉아 건방떠는 종교는 기독교밖에 또 어디있는지 모르겠다.' '오체투지, 온 몸을 바닥에 던지지는 못할망정 건방지게 의자에 떡~ 하니 앉아서 예배를 드린다고?'

이 말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늦더위에 맥풀려 있던 내 몸의 온 세포들이 그만 화들짝 긴장하고 있음을 내 둔한 의식으로도 분명히 감지할 수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카타콤을 전전하던 종교가 언제부터 그렇게 됐을까?

그건 그렇고, 아~ ~ 그런데,

지금 나는...

고교시절의 나는 몸과 함께 간데 없고, 머리로만 예배하지 않는가?

2002-09-01 01:3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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