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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희
  한 인간과 한 시대에 대한 고찰
  

'함석헌 평전' 을 드디어 읽었다. '드디어'의 의미는 오래전부터 읽어보리라 마음먹었던 것에 비하면 너무 늦게 읽게 된 것을 이른다.

이 책의 저자인 김성수는 스스로 함석헌에 미찬 사람이라고 한다. 함석헌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바뀌었노라 고백한다. 내가 결정적으로 이 책을 '꼭' 읽어보리라 마음먹었던 것도 철도공무원인 저자가 서울대학교병원 영안실에 누워있는 함석헌의 시신을 보고 안정적이던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영국유학을 떠나 '함석헌'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얻게 되었고 이 책을 그 논문을 초고로 한 것이라는 대목에서였다. 그는 어떤 사람이길래 한 사람의 인생항로를 바꿀 힘을 지니고 있었던가? 일종의 충격이었다.

이 책에 의하면 함석헌은 영웅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렇다할 명예도 권력도 없이 리더쉽을 발휘하길 즐기는 영웅의 표본에서 그는 한발짝 떨어져 있었다. 그저 자신이 태어나서 살다간 시대적 상황(1901~1989)이 그로 하여금 그런 삶을 살다 가도록 만들었다는 것. 그래서 그는 '하나님의 발길에 채여온 삶'이라고 고백했던 것일까?

그러나 그는 범인도 아니었다. 그저 스스로의 삶을 위해 진리나 정의를 부르짖지 않는 부끄러운 삶을 사는 우리네의 모습과는 분명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저자는 나름대로 자신의 우상을 신격화하는데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물론 책 전반에 흐르는 따뜻한 시선은 감출 수 없지만 그렇다고 객관성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다. 성공시대에서 다룬 함석헌에게는 그토록 처참한 절망을 소소히 일깨우지는 않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으므로 그 증거로 충분하리라 본다.

조선말기에 태어나 일제시대를 겪어왔고, 6.25와 조국분단, 산업화와 군부독재의 틈바구니에서 민주화를 위한 투쟁 등 그가 살다간 20세기 우리나라는 어쩜 그렇게 숱한 시련과 눈물로 첨철되어 있을 수 있었던지... (이렇게 조그맣고 가진 것 하나 없는 나라에서 말이다. 참말 기가 막힌 노릇이다.)

그런 상황이 아니라 그냥 편한 시대에 태어나 살았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정말 범부로 일생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기에 이 평전에서는 단순히 함석헌 개인사가 곧 우리나라의 현대사와 기독교사를 아우르는 역사서의 형태를 띠게 된 것이다.

어설프고 사이비 기독교신자인 나에게 이런 비난읕 할 자격은 없지만 덩치만 부풀린 한국 현대 기독교의 뒤틀린 면을 함석헌은 누구보다도 잘 꿰뚫어 보았다. 따라서 그는 단순한 학문과 진리를 추구하는 입장에서 노장 사상을 비롯한 동양사상을 조화롭게 이해하고 이상을 추구하는 색다름을 추구했으리라. 덕분에 그는 보수적인 기독교인들로부터 이단이라는 모욕까지 감수해야 했지만 말이다.

함석헌을 예수와 비교한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혁명을 바라는 유다와 함석헌을 따르던 무리들, 그리고 시종일관 평화를 내세우는 어쩌면 이상주의자로 치부되는 함석헌과 예수. 참 적절한 비유였던 것 같다. 세상은 그렇게 하나의 잣대로 다른 것들을 저울질하고 정의내려 버리곤 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알게 된 사실인데 함석헌은 그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인물이란다. 이제 겨우 함석헌 이름 석자에 걸린 의미를 파악하기 시작하는 나로서는 머리가 갸우뚱해지는 말이긴 하지만 어차피 인간이란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이 사람이 볼 땐 이렇고 다른 사람이 볼 땐 다르고 하는 것들 말이다.

평가는 스스로 내리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연필을 들고 밑줄을 그어가며 놀라움과 경이를 표시했다고는 하나 이 책을 들어서 책장을 넘길 사람들의 평가는 제각각일것이다. 함석헌에 대한 평가가 그러하듯이.

덕분에 이 책을 강력추천같은 말은 남기지 않겠다. 깨달음과 지혜를 주는 책이라고 나 개인은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다른 이들도 더불어 그렇게 생각한다면 더욱 좋은 책이 되지 않을까?


2002-07-30 12: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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