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기도에 대하여

 


 

- 함 석 헌 -
『퀘이커서울모임월보』, 17, 1984년 7월.

 

 명상을 해도 아무런 맛을 모르겠다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아무도 처음부터 명상의 맛을 아는 법은 없습니다. 쓸데없이 시간이 가는 것 같지만 1 분이 됐을까? 2 분이 됐을까? 시간이 이렇게 긴가? 시간이 다 됐을까? 그런 생각 마세요. 그런 것 하다가는 아무 것도 안됩니다.


 그건 상관 말고, 어찌하면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내 마음을 온전히 하나로 묶어서 하나님한테 바칠 수가 있을까, 하나님만을 내 마음속에 바랄 수가 있을까 하고 노력하고 있노라면 차차 명상하는 것에 거기 무슨 맛이 있다고 할까, 그런 것을 짐작하시게 될 겁니다. 쉽게는 안됩니다. 그저 되는 일은 없습니다. 늘 힘을 써야 되는 겁니다. 어린애가 공부하는 모양으로 외고 외고 뜻을 몰라도 자꾸만 외노라면 어느 때 홀연히 그 뜻을 알게 되는 모양으로 사람의 믿는 일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이때까지 잘못 배워서, 하나님의 뜻으로 되지 사람의 뜻으로 되는 건 아니라고 할 때에 그걸 잘못 배웠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하고 손묶고 앉았는 것이 명상인 듯 생각한 데에서, 거기서 잘못이 왔는데, 그런 것 아닙니다.


 하나님을 다른 데선 만날 데가 없고, 우리 마음속에, 생각하는 데서만 만날 수가 있습니다. 어느 산에 가면 만나는 것 아니고, 어느 물 속에 들어가서 만나는 것도 아닙니다. 하나님은 어느 곳이라고 하는 데에 없습니다. 어느 곳이라고 말할 수가 없고, 어느 시간이라는 것도 없습니다. 그거는 시간 ? 공간을 다 잊어버리고 내 마음을 될수록 순수하게, 잡념을 없애고 ― 그런다고 잡념이 저절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내가 한 것이 아니라 참하나님이 그렇게 해주셨다고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건데, 그런 거는 우리가 겸손한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마음이 겸손하지 않고는 안됩니다.


 내 속이 살아서, 내가 어떻게 해보려고 그런 것이 아니라, 절대 하나님 그대로 의심없이 믿으려고 하는 생각에, 겸손한 마음으로 시간은 얼마나 됐을까 언제 끝이 날까 그런 생각에 붙잡혀버리지를 마시고 가만히 명상하시는 가운데 있노라면 그러면 아까 예언자가 했던 모양으로 하나님이 내 마음을 비우시고, 내 속에 말씀을 넣어주셨다고 하는 그런 체험을, 경험을 조금씩은 하게 될 거예요.


 그러면 그때 가서 비로소 남의 생각은 물을 것이 없이 스스로 짐작되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생명이 우리 속에서 자란다는 것, 그게 빛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무언가 이제까지는 앞을 내다봐도 캄캄했었는데, 그러노라면 어둔 밤중에 무슨 불을 켠 것도 아니지만 어딘지 방향을 알 수 있는 그런 것이 우리 속에서 자라날 것입니다.

 그런 줄을 아시고, 우리가 공부를 도무지 안해서 우리가 그런 줄을 몰랐기 때문에 그러지, 우리보다 전에 있던 분들이 마치 이 예언자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지도해준 일 없습니다. 성경을 읽어가노라면 그속에 지금부터 수천년 전 사람들이 걸어가신 길이 있으니까, 그런 것을 다 아시는 것 같지만 될수록 읽고 또 읽고 해서 속을 읽노라면 그속에서 들려오는 음성, 보이는 무엇이 있지 않을까요.


 그래 우리가 몇이 모였든지간에 하나님이 우리 가운데 지금 계시다 하는 확신을 이를 때까지 해보고, 그러는 게 명상인 것입니다. 하나님을 만나보는 것, 하나님을 어느 처소에 가서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마음속에 하나님을 명상하고 하나님의 음성듣기를 바라면서 생각하면 ― 다 되는 건 아니지만 ― 우리가 적당한 때 받을 만한 때가 되면 우리 속에, 우리 분에 적당하게 조금씩조금씩 아마 알게 되는 거 아닐까 합니다.

 

후기

 

시경(時經) 소아(小雅)편에 '높은 산은 우러러보고, 큰 길은 따라간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비록 그 경지에는 이르지 못할지라도 선생님에 대한 동경은 항상 마음 한 편에 있어 왔기에 이 숙제를 못이기는 척 맡았습니다만 결과는 부끄럽기만 합니다. 함선생님의 생애를 짧게 요약 정리한다는 것은 저에겐 분에 넘치는 일이었습니다. 애초에 능력이 안 되는 사람에게 일을 맡긴 분들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간단한 글이라기에 어설프게 끝을 냈습니다. 제가 한 일이라곤 그저 여러분들의 글들을 인용하고 덧붙이는 정도의 수고로움이었습니다. 부실하다 탓하지 마시고 읽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글은 함석헌 이라는 인물의 객관적인 기록이 아닌 제 사적인 감상입니다. 많은 부분 김성수 박사의 "함석헌 평전"과  "www.ssialsori.net"에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위로